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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만난 우리의 이웃

민경화(소흘읍 송선로)

송우공설시장에 나갔더니 방금 나오신 듯 두부판을 정리하고 계신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 몇 가지 안 되는 품목. 도토리묵, 청국장, 칼국수, 맷돌로 간 손두부가 전부다. 아직 개시를 못 했는지 두부판은 떼어낸 흔적이 없었다.

"나오신 지 얼마 안 되나 보네요? 두부 두 모하고, 요 맛 나게 생긴 묵 좀 주세요"

선뜻 다가가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때는 점심때가 다가오는 오전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어쨌거나 반가운 개시 손님이 나타나자, 아줌마는 초등학교 때 필수품이었던 투명 플라스틱 30cm짜리 자를 두부판에 대고 행여 비뚤어질까 봐 숨죽여가며 조심조심 칼로 줄을 그으셨다. 그 모습이 어찌나 정갈하시던지…. 흐트러짐 없이 네모반듯하게 잘린 두부가 마치 아줌마 마음을 닮은 듯 예뻐 보였다. 그러고는 몇 번을 고개 숙여 인사를 하시며 까만 봉지를 건네주신다.


ⓒ포천시

아줌마의 환한 미소와 채 식지 않은 따뜻한 두부를 받아들고 돌아오는데 돈으로 살 수 없는 뭔가를 가슴 가득 안은 듯 작은 행복이 온몸으로 퍼져 옴을 느꼈다. 그런데 내가 첫 손님이었다는 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 개시 손님에 대한 징크스를 깨야 할 텐데.

힐끗 뒤돌아보니 저만치 아줌마 모습이 보이고 좌판이 다른 날에 비해 커 보인다. 순간 가슴이 뜨끔~! 아니나 다를까 아직도 수북이 쌓인 두부며 도토리묵을 보니, 시원찮은 개시를 한 내 잘못인 양 걱정스러웠다. 양말 몇 켤레를 산 뒤 다시 아줌마 좌판 쪽으로 돌아갔다.

"아줌마~ 저 청국장 두 덩어리 하고, 칼국수 4인분만 주세요“

아줌마는 일부러 팔아주려거든 관두라시며 손사래를 치신다.

"아니에요~ 맛있게 생겨서요~"
"그럼 제일 큰 거로 줘야지“

기다리기라고 하신 듯 정말 제일 커 보이는 거로 봉지에 담아주신다.

"맛있게 잘 먹을게요~ 많이 파세요~"

시장 아줌마도 우리의 이웃, 포천의 이웃이다. 인사를 남기고 돌아오는 내내 그 이웃 아줌마의 귀갓길 손수레가 가벼워지길 간절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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