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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처럼 따스한 온기가 할머니들과 함께 하기를...

창수면 희락마을 화평의 집

시민기자 서상경

‘화평의 집’은 포천시 창수면 창동로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이다. 87번 국도를 수없이 지나다녔지만,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입구의 작은 간판이 나무가지 가려있고 대문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마당으로 들어서면 낙원이 펼쳐진다. 넓은 마당에는 자동차가 들어갈 만한 길이 있고 정면에는 오래전에 지은 듯 큰 건물이 한 채, 그 옆에는 작은 교회 건물이 있다. 마당은 넓어서 온갖 과실나무가 가득하다. 배나무, 사과나무, 대추나무, 이름을 알 수 없는 검은 열매가 맺히는 나무까지…. 봄에는 벚나무에서 아름다운 벚꽃이 피어나고 가을이면 노란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그림처럼 풍경을 만들어낸다. 사람의 그림자가 없는 마당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낯선 사람을 맞이한다. 적이라고 생각되면 사정없이 짖어대고, 아군이라 생각되면 꼬리를 흔들며 적막을 깬다.


▲화평의 집ⓒ시민기자 서상경

화평의 집 일요일은 예배로 시작한다. 함석으로 지은 작은 건물과 실내를 잘 다듬은 베다니 교회에 할머니들이 한 분 두 분 모여들어 자리를 잡았다. 나도 할머니들 뒤편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연단 아래 모니터에는 찬송가 자막이 지나가고 그걸 따라서 부른다. 노래방에서 가사가 흘러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박자가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교회에 처음 온 사람도 따라 부르기 쉽도록 리듬을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냥 단정하게 흥얼거리면 노래가 된다.

잠시 후에 인승춘 목사의 설교가 시작되고 하나님의 가르침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교회에서 이런 설교를 들은 것은 처음이지 싶다. 낯설지만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할머니들의 모습은 꽤 진지했다. 간혹 목사님이 질문하면 곧잘 대답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기도를 했다.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리라.


▲일요일 예배시간ⓒ시민기자 서상경

화평의 집엔 4명의 할머니가 계신다. 다들 크고 작은 지병이 있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아직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고 움직일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식구라고 해봐야 목사 한 분과 할머니들을 돌보는 전도사 한 분이 전부다. 이들의 연세도 다른 할머니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잘 생겼네요!”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할머니. 내가 옆에 가서 앉자 쑥스럽게도 칭찬을 하셨다.

“우리 아저씨도 이렇게 말하기는 뭐하지만 잘 생겼었어. 우리 집이 누상동인데 6.25 전쟁 때 우리 집 근처에 인민군이 많이 왔었어. 비행기가 폭격하는데 그 바람에 어깨를 다쳐 우리 엄니가 사방으로 약을 구하러 다녔지. 죽지 않고 살아난 거야. 그때 죽었더라면 오늘 여기 있지도 않았을 터인데 인명은 재천이라고 아저씨 먼저 보내고 나만 이렇게 남았어. 하루는 집으로 찾아왔더라고. 울면서 따님을 달라고 애원하는 거야. 어머니가 그 말을 듣고 감동받아서 결혼을 시켜버린 거야.~”

어쩜 청산유수라더니 말씀도 잘하신다. 간혹 내게 질문을 하곤 했지만, 할머니는 귀가 어두워 나의 대답은 별 소용이 없었다. 그렇지만 눈치껏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마음속에 담아 놓은 이야기가 많으셨나 보다.


▲화평의 집 마당ⓒ시민기자 서상경

며칠 후에 다시 들렀다. 김장하는 날이었다. 마당에 총각무를 심었는데 그걸 수확해서 총각김치를 만들어 땅에 묻고 김장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이걸 먹을 사람이 없어. 모두 이가 성하지 않아서. 그래도 수확한 거니까 김장이라도 해두고 나중에 이웃에 나눠줘야지 뭐.” 김장하던 할머니는 말을 이어가셨다.

“얼마 전에 100세를 이태 앞둔 할머니가 넘어져 고관절을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갔지. 아마 돌아오지 않을 거야. 이곳에서 나간 노인네들은 나갈 줄만 알지 돌아올 줄을 몰라. 그런데 나는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수술받고 다시 돌아왔잖아. 돌아온 사람은 내가 유일할 걸 아마.” 이제 화평의 집엔 할머니 세 분만 남았다.


▲마당에 떨어진 가을낙엽ⓒ시민기자 서상경

오늘은 사회복지사 실습생들이 찾아와서 적막한 화평의 집은 생기가 돌았다. 실습생들이 단체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할머니들께 색칠공부도 돕고 이야기 상대도 되어 주었다. 점심시간이면 식사 준비를 돕고 같이 식사도 했다. 말씀은 하지 않지만, 할머니들은 싫지 않은 모습이다. 시끌벅적함이 사람 사는 세상임을 모를 리 없기에.

이들이 돌아가면 할머니들은 또 적막한 하루를 보내는 것일까? 같은 처지의 다른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걸까?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며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 기억을 가슴에 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따스한 가을 햇살이 창안으로 들어온다. 창안으로 들어온 따스한 온기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오랫동안 이곳에 남아 있기를 기도한다.


▲단체프로그램 진행ⓒ시민기자 서상경

*화평의 집 정보
- 주소 :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창동로 241-36
- 시설명 : 희락마을 화평의 집(대표 : 인승춘 목사)
- 설립일 : 2007년 1월 11일
- 전화 : 031-535-5822

 



기사등록 : 2019-11-07 조회수 :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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